2021년 10월 23일..
오늘은 진료가 있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 갈 차비를 하고..
혹시나 모를 갑작스런 혈액검사에 대비해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
날씨가 쌀쌀해서 조금은 두껍게 차려입은 뒤 집을 나섰다..
지난번 혈액검사를 받고 오늘 병원 진료를 받기까지 참 힘든 나날을 보냈다..
단독 APL 상승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았는데..
담도질환이 아닐경우 뼈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자료들이 다수였고..
사실 지금 상황에서 뼈 질환 외에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도 없어 보였다..
물론.. 다행이도 ALP 수치가 좋아진다면 모르겠으나..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예전에 비해 운동도 많이 하고 담배도 금연 중이라 몸 상태는 분명 좋아졌지만..
단독 ALP 상승은 지금 상황에서는 운동과 금연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한 가지 내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원래 선천적으로 ALP 수치가 높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딱히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는데.. 이상하게도 일반인보다 2~3배가량 수치가 높은 사람이 있단다..
나도 그냥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만.. 그러기에는 수치가 너무 높다.. 일반인 상한치 수치의 5배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근심 섞인 생각들을 뒤로하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근심과 고민을 한 터라 온 몸에 힘이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도 나의 그런 모습에 뭔가 불쌍해 보인다는 듯.. 가벼운 목 인사로 위로를 전하는 것 같았다..
여느 때 와 같이.. 접수를 하고 의사 선생님 방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문 앞에 대기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진다.. 나의 일상이 너무나 많이 변해있는 것이다..
회사생활은 이미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상태이고.. 집안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을지..

한 10분쯤 기다리니 나의 이름을 불러주신다.. 천천히 일어나 담담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래도 짧은 기간동안 많이 만난 사이여서인지 이제는 좀 더 친근하게 맞아주시는 게 기분이 좋다..
" 혈액검사 결과를 봤는데요.."
" 황달수치 , GGT 는 수치가 더 좋아져서 이제는 거의 정상인 수치로 돌아왔네요.."
일단.. 이 말을 듣는순간 안심이 되었다.. 이 수치가 다시 나빠졌다면 나는 다시 담도질환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기에..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역시 예상했던 답변이 나오고 말았다!
" 그런데 ALP 수치가 좀 더 올라갔네요.. 이대로 두면 안됩니다.. 이제는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진료의뢰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나도 어느정도 예상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 대학병원에 처음 가실때는 소화기내과로 추천서를 써 드릴게요.. 담도질환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소화기내과에서 먼저 확인을 받으시고... 만약에 아니라면 타과로 트랜스퍼해주실 거예요..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린 후 방문을 나왔다..

나에게 대학병원은 병문안가는 곳.. 그 이외의 목적으로는 갈 일이 없는 곳.. 그냥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 내가 치료를 받으러 간다고?
가기 싫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별다른 수도 없다..
지금까지 건강을 돌보지 않고 몸을 막 굴린 나의 삶의 성적표인 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접수처로 가니 이미 간호사분께서는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안타깝다는 듯이 말을 건네신다..
" 큰 병원에 가셔야 되는 거예요?"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네"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께서 필요한 자료와 서류를 챙겨주신다..
혈액검사결과지.. 복부 CT 촬영CD.. 그리고 진료의뢰서..
그리고 다시 설명을 해주신다..
" 저희 병원은 서울대병원 협력병원이어서 복부CT 자료는 온라인으로 먼저 보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CD 챙겨가시고요.. 진료의뢰서와 결과지도 여기 있습니다.."
" 그리고 오늘 이곳으로 전화하셔서 예약 잡으셔야 해요.. 그쪽에 얘기는 해 놓았는데.. 날짜와 시간은 직접 예약하셔야 해서요.."
자료를 받고 계산을 하고..
간호사 선생님에게도 그동안 감사하다는 작별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냥 지금의 모든 상황이 거짓말이었으면 했다..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않았고.. 또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는 것도 싫었고..
회사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산적해있는 회사 업무가 너무 많은데.. 이렇게 검사받고 건강도 챙기면서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득 떠올랐다..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간/담도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신 선생님께 11월 4일로 예약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고 산다.. 그런데 건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해야 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 명예.. 모두 다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 하찮고 부질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은 누구를 위해 살아온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온 것인가? 이렇게 몸이 망가지도록..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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