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8일
오늘은 지난번 혈액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다. 오전 9시에 예약을 한 터라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 결과를 듣기전에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나 걱정이 되고.. 큰 병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혈액검사 결과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정말 큰 병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나 스스로 알아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황달수치가 정상인 상한치의 3배가 넘는다. 일단 이것 만으로도 복부 쪽 장기에 이상신호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서 GGT와 ALP 도 정상인 상한치의 3배가 넘는다. 보통 이 경우에는 담도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정보는 정확하지 않다며, 와이프가 괜히 미리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라고 했지만..
일단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럴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무서웠다.
그러고 보니 최근의 몸 상태도 사실 좀 이상했다. 거의 1년 전부터 대변만 보면 설사를 했고, 걷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눈 흰자위가 약간 노랗게 변해있는 채로 꽤 오래 지내왔다. 회사생활이 너무 바쁘다 보니 그냥 무시하고 살았을 뿐이다.
특히 최근 1달전에는 입천장이 갑자기 부어오르더니 목구멍을 막아 숨쉬기가 어려웠고, 그것을 잡아떼어내 피가 엄청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고,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그런 거겠거니 했지만..
그러나 그것이 큰 병의 전조증상 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더 무서워졌다. 혈액검사 만으로는 사실상 큰 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치였다.

부서장으로 승진을 하고나서 너무 몸을 혹사시켜 가면서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정말 몸 바쳐 일했으나 잘 안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고.. 몸이 조금씩 망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의학적으로 가 아니더라도 나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도착하자마자 접수를 하고 한 10분정도 기다렸다가 의사 선생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앉았는데.. 의사 선생님 한동안 말이 없으시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후에..
"혹시 집안에 암 환자가 있으셨나요.. 아버님이나 어머님 혹은 친척 중에라도요..?"
첫 질문을 듣자마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일단 서둘러 대답을 했다.
"아버님이 대장암 초기셨는데요.."
의사 선생님은 말을 이어 가셨다..
"네.. 혈액수치만으로는 담도에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말이 없으셨다.. 나는 오늘 모든 것을 알아내야만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지난 4일 동안의 기다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CT를 찍으면 확실히 알 수 있나요?"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네, 80% 이상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는지라, 검사비가 얼마인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은 생각도 없이 그냥 찍겠다고 하고 나와서 접수를 했다.. 다행히 오늘 금식이어서 검사하는 데는 문제는 없었다.
접수를 마치고 3층으로 검사를 위해 내려갔다.

복부 초음파는 많이 해봤지만 CT는 사실 처음이었다. 그래도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알려면 초음파 검사가 아닌 CT를 찍으라는 얘기가 많았던 터라 고민 없이 CT를 찍기로 결심한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안에서 혈액을 다시 채취하고, 누워서 지시대로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를 반복했다.
한 10분 정도 했을까.. 다 끝났다고 간호사가 4층으로 올라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그 순간에도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터라 나도 모르게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뭐 이상한 게 나왔나요?"
간호사는 그냥 그 질문에 "지금은 판독하기 전이라 알 수 없어요.. 1시간 정도 기다리시면 결과 나올 거예요.."
라고 기계적으로 말한다.
다시 옷을 갈아입고.. 4층으로 가서 대기석에 앉았다.

기다리는 1시간이 너무나 초초하고 무서웠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이 복부 CT 결과가 예상한 것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어쩌면 이 세상과 작별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마와 싸워야 하는 중환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쏘이며 걸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몇 번이고 혼잣말을 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초기이니 괜찮을 거야.. 포기하지 말자'
수십 번을 되뇌며 병원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다시 대기석으로 가니 거의 시간이 다 되었다..
몇 분 후.. 드디어 내 차례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했고..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까지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무겁다.. 고개를 푹 숙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계시고.. 내가 볼수있도록 CT 찍은 사진이 보였다..

"깨끗하네요.. 정말 다행이네요" 의사선생님이 나한테 한 첫마디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너무 기쁜 나머지 감사하다는 말을 수십 번 했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 나가셨다.
"간 , 담도 , 췌장에서 종양이나 종괴의 흔적이 없이 깨끗합니다.. 다만, 혈액검사 수치가 비정상인 것은 맞으니, 오늘 혈액 채취한 것으로 다음에 결과를 다시 보시죠.. "
다음에 나올 혈액검사와는 상관없이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해결이 된 것 같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프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달아 나도 모르게 했다.
그만큼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담도에 종양이 있을 경우 거의 80%는 악성일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고, 악성일 경우 생존율이 무척 낮은 암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지만..
혈액검사 결과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 아직은 계속 찝찝하긴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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