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이야기/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할 의무가있다

단독 ALP 상승

투게더 TOGETHER 2022. 8. 9. 22:22

2021년 10월 14일

10월 8일 복부 CT 검사 결과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부터는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매일 밤.. 큰 병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잠을 잘 못 잤는데.. CT 검사 결과 이후로는 정말 평온한 단잠을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냥 건강하다는 한가지 이유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좋은 경험이었고, 건강이 최고라는 어르신들의 얘기가 무슨의미였는지를 뼈저리게 느낀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사실 난 살면서 병원에 몸이 아파서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면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몸이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서럽고 , 무섭고 , 힘든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아직 혈액검사 결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혈액검사 결과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9월 24일에 당뇨라는 말을 듣고 그날 이후부터 담배를 끊었고, 매일 운동하면서 건강음식만 챙겨 먹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결과가 잘 나올 것만 같았다.



14일 오전..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이전보다 가볍다.. 사실 이 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1차 병원으로 꽤 규모가 있는 병원이었다.. 예전부터 자주 이용했던 병원이라 친숙하고 믿음이 가는 병원이다. 나무도 보이고 단풍도 보이고 날씨도 너무 좋다.. 마음이 편하니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병원 입구에 도착해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4층으로 올라가 접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 대기를 했다. 이제는 자주가다 보니 간호사분들도 살짝 아는 척을 해주신다.. 지난번 결과가 좋게나온 덕분인지 나도 이제는 웃으면서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조금 기다리니 간호사분이 내 이름을 호명해 주신다. 얼른 일어나서 의사 선생님이 계신 방 문으로 향했다.
지난번과는 달리 방 문으로 향하는 동안 무섭거나 두렵지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의사 선생님께서 혈액검사 결과를 보시더니..
"황달수치가 많이 내려갔네요.. 상한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데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GGT 수치도 많이 내려갔고.. 전체적으로 간 기능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수치가 나빠지는 단계에서는 수치가 높을 경우 문제가 되지만 좋아지는 단계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CT 결과상에도 문제없고.."

예상했던 답변이었고.. 듣고 싶은 답변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회사고 뭐고 다 제쳐놓은 상태에서 계속 연차를 쓰면서 병원에만 다녔던 터라.. 다시 생활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의사 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싶어 질문을 던졌다..
"이제 아무 문제없다고 봐도 될까요? 당뇨만 신경 쓰면 되겠죠?"


그런데 나의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신다..
그 잠깐의 순간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
의사선생님은 아무말 없이 계속 혈액검사 결과지를 보신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뭔가 나도 더이상 물어보면 안될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근데.. ALP 수치는 오히려 더 높아졌네요.. 음.. 정상인 상한치의 5배 가까이 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ALP 얘기는 지난번 듣긴 했지만 사실 황달수치나 GGT에만 관심이 있었지 ALP 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ALP 가 또 5배 가까이 높단다..
의사 선생님은 말을 이어 나가셨다..
" 황달수치와 GGT 가 내려가는데 ALP 만 단독으로 상승하는 경우면 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또 뭐지?.. 뼈라고?
난 아무런 질문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가셨다..
"그러니깐.. 이 부분은 저희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니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진료의뢰서 써 드릴 테니 대학병원에 가 보세요.."

대학병원이라고? 대학병원은 큰 병에 걸렸을 때 가는 곳 아닌가? 내가 거기를 간다고?
가기 싫었다.. 아니.. 내가 그런 큰 병원에 진료를 보러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혈액검사 결과가 믿기지도 않았다.. 뭔가 혈액검사에 오류가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선생님.. 혈액검사를 한번 더 해보면 안 될까요?"

다시 검사하면 정상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한번 더 검사를 해보고 수치가 내려가면 좀 더 지켜보시죠.. 근데 만약에 수치가 계속 상승한다면 그때는 대학병원으로 가보셔야 합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이제 다 끝난거나며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난 거기에 웃으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또 와야 한데요"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간호사 선생님도 머쓱하셨는지 더 이상 말을 안 하신다..

혈액검사비용를 지불하고 10월 23일 토요일 진료예약을 한 후 3층으로 가서 혈액검사를 받았다.
나의 오른팔과 왼팔은 주사바늘 자국으로 멍이 수십 군데 들어있었다. 혈액검사를 수차례 한 탓이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슬프고 기분이 우울했다.
무엇보다 다시 건강했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단독 ALP 상승.. 뼈 질환의 가능성.. 이제 또 다른 두려움과 기다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